2017.05.02 울릉도 삼선암 일출
조선시대 선조 때의 일이었다. 선조는 정치를 잘해서 많은 백성들에게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왕의 힘이 울릉도까지는 미치지 않아 질서가 없고 무법 지대였다. 이것을 안 선조는 왕자를 섬에 보내어 정치를 하도록 하였다. 왕자는 수천 리를 무사히 항해하여 울릉도에 도착하였다. 지금의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관아를 정하고 정치를 하니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섬이 평온하여 모두 살기가 좋아졌다.
왕자는 정치가 잘되어 가는가를 보기 위하여 이곳저곳을 살폈다. 하루는 석포에 와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달이 밝고 바다가 고요하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왕자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 소리는 사람의 울음소리였다. 왕자는 누구인가를 물었지만 대답은 없고 사방은 고요하여 더욱 무서웠다. 숨을 죽이고 있으니 얼마 뒤에 또 울음소리에 섞여 슬픈 노랫소리가 들렸다. 노래 가사의 뜻으로 보아 왕자는 아마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왕자가 가까이 가서 보니 키가 크고 흑단같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처녀가 혼자 서서 달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는 그 처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자 하였으나, 자신의 비밀을 알려고도 하지 말고 구하려고 한다면 왕자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하였다. 왕자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왕자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는 것을 보니 예사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날 밤은 돌아왔으나, 다음 날에 그 자리에 가 보았더니 그 처녀는 바다 저쪽을 바라보며 힘없이 서 있었다. 왕자가 여러 날을 그곳에 가 보니, 처녀는 그때마다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러 날을 만나다 보니 드디어 처녀는 입을 열게 되었다. 처녀는 용궁에 사는 용왕의 딸인데 용궁에서 명령을 어기고 외부의 총각과 만났다는 죄를 지어 쫓겨났다고 하였다.
인간 세상에서 착실히 수행하면 귀양에서 풀려나 다시 용궁으로 갈 수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용궁으로 갈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신을 가까이하면 왕자에게는 해롭고 자신에게도 불리하다고 하였다.
처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호기심도 생기고, 또 만날수록 달덩이 같은 인물이 마음에 이끌렸다. 왕자는 인간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만나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녀도 왕자를 은근히 기다리게 되었다. 왕자는 정사를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가야 할 처지인데도 처녀 때문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섬에 머물렀다.
만나면 만날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정이 두터워지고 사랑의 꽃이 피고 인정의 샘이 솟는 꿀 같은 나날이 지났다. 하루는 왕자가 가까이 가자 처녀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는 처녀가 용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왕명을 어기게 되면 인간 세상에서 1년을 지내고 인간 세상의 총각을 한 사람 같이 데리고 용궁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하자, 왕자는 처녀의 팔을 잡고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두 사람이 바다에 빠지자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가 나타나 왕자와 처녀를 모셔 가는 것이었다.
왕자와 처녀가 빠진 자리에 큰 바위가 솟아났는데 남쪽에 있는 바위는 왕자가 변한 아비바위이고, 중간에 있는 뚱뚱한 바위는 처녀가 변한 어미바위이고, 북쪽에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는 왕자가 짚고 있던 지팡이가 변한 아들바위라고 한다. 이 아비바위, 어미바위, 아들바위를 가리켜 삼선암(三仙岩)이라고 불러서 선녀·신선이 된 것을 나타내었다. 또한 이 근처의 크고 작은 바위들을 보면 마치 사람들이 앉거나 서거나 굽히거나 업힌 것 같다고 하여 이 일대를 신선촌이라고 부른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